《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
사라 데센 지음, 박수현 옮김 (바람의아이들)
북클럽 진행일 : 5월 9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진행 : 들불 운영자 구구
* 본 후기는 불씨들의 동의를 구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스포일러를 주의하세요!
지난 5월 9일,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를 읽은 일곱 명의 불씨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번 북클럽에서는 여러 불씨들이 애너벨과 자신의 경험을 겹쳐 읽으며 눈물을 보였고, 또 용기를 얻어갔는데요. 이번 후기 글에서는 책의 줄거리와 함께 불씨들의 감상을 짧게 덧붙여 보았습니다.
💁 이 책의 줄거리
이 책은 주인공인 애너벨이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 속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이로써 '진실된 나'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로는 애너벨과 오언, 애너벨의 두 언니 휘트니와 커스틴, 애너벨의 부모님과 오언의 동생인 롤리, 애너벨의 친구인 에밀리, 클라크, 소피와 소피의 연인이자 성폭행 가해자인 윌 캐쉬가 있습니다.
이 책에는 애너벨이 가족, 친구와 맺는 여러 관계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애너벨과 언니들은 어릴 때부터 모델 일을 해왔는데요. 이러한 배경 때문에 애너벨은 쉽게 주목 받는 일에 대해 자신감보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휘트니 언니는 애너벨과 커스틴 언니 사이에 끼인 둘째로서, 또 아름다운 모델로서 눈에 띄기 위해 굶기를 택해 거식증에 걸리게 됩니다. 애너벨은 자신보다 아름답고 자신감이 넘치는 두 언니와 자신을 비교하며 언제나 위축되어 있죠. 또, 애너벨과 클라크, 소피는 친한 친구 사이였지만, 애너벨이 윌 캐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둘 모두와 멀어졌습니다. 소피는 윌 캐쉬의 연인으로, 언제나 눈에 띄고 제멋대로인 친구인데요. 애너벨은 가족에게조차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기 어려워하는 성격으로, 소피에게 자주 휘둘렸습니다. 애너벨이 성폭행을 당한 직후에도 소피는 애너벨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애너벨과 윌 캐쉬와의 관계를 오해합니다.
한편, 애너벨이 자신의 진실된 목소리를 듣기까지 큰 힘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오언입니다. 오언과 애너벨은 음악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지는데요. 오언이 음악에 광적으로 몰두하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오언은 아래 층에서 비명이 들려올 때면 수돗물 소리, 테크노 음악 같은 난해한 음악들의 볼륨을 키웠죠. 오언에게는 소음보다 침묵이 더 괴롭고 힘든 것이었고, 이 때문에 '정적'을 미치도록 시끄럽다고 표현합니다.
오언은 음악에는 옳고 그른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오언에게 음악은 옳고 그른 것 사이의 모든 것이죠. 오언은 애너벨에게 음악을 들을 땐 그 어떤 것도 판단하지 말고 그냥 들으라고 말합니다. 마음은 음악을 듣고 난 다음에 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요. 자신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애너벨에게 이 말은 큰 도움이 돼요. 뿐만 아니라 책에는 오언이 음악에 가지는 여러 철학이 등장하는데요. 오언의 철학은 애너벨에게 두려움을 상기 시키기도 하지만,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합니다. 또, 음악을 대하는 오언의 철학 덕분에 애너벨이 비로소 속마음을 진실되게 꺼내 놓을 수 있게 되죠.
💟 불씨들의 이야기
Q.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 어떻게 읽으셨나요? 감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 애너벨이 하고 싶지 않은 모델 일을 엄마 때문에 지속하는 모습이나 보고 싶지 않은 TV 프로그램을 아빠의 권유에 마지못해 끝까지 함께 보는 일 등이 왠지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웠어요. 저도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이 너무 중요했던 사람이었고, 제 의견을 말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생각했었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이 정직해지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 정직해지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애너벨과 오언의 대화를 따라가며 깨닫게 되었어요. 나이가 먹어가면서 점점 더 비겁하고 용기가 없어지는 나는 어쩌면 매일 조금씩 나를 숨기며 살아가고 있구나 깨달았고요.
- 오언이 아침에 음악방송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창시절에 '윈엠프'로 했던 음악방송이 생각났어요. 그 때 제가 좋아하던 음악방송도 조금 난해한 음악을 틀어주곤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방송이 사라져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게 떠올라서 신기했네요. 오언이 음악의 유대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랑 오언과 애너벨이 음악을 통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 때의 감성이 떠올랐어요.
(사진 : 그 때 그 시절의 윈엠프 플레이어)
- 휘트니가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적은 짧은 글을 발표할 때 펑펑 울었어요. 애너벨은 언제나 휘트니 언니가 아름답다고, 그렇기 때문에 늘 자신과 휘트니 언니를 비교했지만 사실 휘트니도 마음 속으로 늘 애너벨과 커스틴 언니 사이에서 괴로웠다는 걸 알게 되어서.. 마음이 아렸어요. 특히 이 부분에서 눈물이 터졌네요.
"혼자 있고 싶었다. 우리 언니는 싹싹하고 내 동생은 다정했지만 나는 어둠이었다. 내 고통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스스로도." (p.382)
"언니랑 동생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차라리 혼자가 낫겠다고 생각한 때도 많았다. 나는 여전히 둘째로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눈으로 본다. 가운데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그 자리가 비면 온전하게 전체를 이룰 수 없다. 사이의 그 자리는 모두를 하나로 묶어 주고 있다." (p.385)
'사이의 자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오언이 음악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유사하다고도 느꼈어요. 오언이 음악을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의 모든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 사이에 있다는 건 결국 모두를 연결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뜻하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어요.
- 저는 처음에 오언이 애너벨에게 '정직할 것'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조금 불편했어요. 그게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오언이 나중에 사과하긴 하지만, 애너벨에게 말 못할 사정(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는 걸 모르면서 다그치는 게 좀 불편하더라고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오언 덕분에 애너벨이 용기를 내서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힐 수 있었던 걸까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좀 복잡한 마음이 들었어요.
- 솔직하게 말한다는 건 결국 진짜 나를 내가 마주하는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진짜 제 모습, 좀 구리고 찌질한 제 모습을 마주하는 게 너무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를 숨기려고 다른 사람인 척 할 때도 있어요. 태연한 척, 괜찮은 척, 쿨한 척.. 그런 것들이 저를 갑옷처럼 감싸고 있어서 이제 진짜 내 모습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서 애너벨이 진짜 자기 목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 제 일처럼 기뻤어요.
Q.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하나씩 골라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 저는 애너벨이 처음으로 진실을 말하는 순간이 인상 깊었어요. 애너벨이 자기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우니까 '흥미롭다'고 에둘러 표현했는데, 오언이 '흥미롭다'는 단어가 아니고 대체어라고, 내 기분이 상할까 봐 염려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말해주는 장면이 너무 좋더라고요.
"흥미롭다,는 단어가 아니야."
"언제부터 그게 단어가 아니었는데?"
"그건 대체어야. 네가 하고 싶지 않은 말을 대신할 때 쓰는 용어라고."
오언은 내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였다. "봐, 내 기분이 상할까 봐 염려하는 거라면 그러지 마.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마음대로 해도 돼. 그래도 난 기분 안 상하니까."
"정말이라니까. 좋았어."
"진실을 말해 봐. 뭐든지. 아무말이나 다. 그냥 내뱉어 보라고."
(...)
"나...... 난 별로 마음에 안 들었어."
(p.155)
- 저는 애너벨과 오언이 세차장에서 음악을 들었던 장면이 좋았어요. 애너벨이 모든 음악은 세차장 기계를 통과하면서 들으면 더 낫다고 말할 때는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었는데, 쏟아지는 물소리와 음악 소리가 뒤섞이면서 문득 애너벨이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 느낀 것도 좋았고, 그리고 오언도 애너벨과 비슷하게 느낀 것 같아서 좋았어요. 같은 경험을 한 둘이 입을 맞추는 장면도 좋았고요. 애너벨은 그 때 정말로 시간이 멈추길 바랐던 것 같아요. 괴로운 순간들도, 망설이던 순간들도 다 잊고 그냥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사라져버리길 바랐던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윙윙거리는 기계 소리도 조금 들렸지만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소리와 함께 뒤쪽이 희미해지며 차 내부가 좁아지고 좁아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 나는 시간이 점점 느려지다가 지금, 여기서 모든 게 멈춰버릴 거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p.282)
- 저는 애너벨이 마음껏 아파하며 엉엉 운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억눌러왔던 모든 게 폭발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은데.. 저도 책을 읽으면서 내심 애너벨의 태도가 답답했던 것 같아요. 갑자기 그 장면에서 애너벨한테 미안해지면서 저도 따라 울게 되더라고요.
"울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엉엉 울었다. 억제할 수 없는 흐느낌이 파도처럼 터져 나와서 나를 끌어내렸다. 갑작스러운 눈물이 줄줄 흐르고 흐느낌이 목을 타고 오르면서 내 어깨를 흔들었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울음이 그칠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밖에는 없었다. 내가 괜찮아질 때까지." (p.364-365)
- 저는 애너벨이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처음 알리는 순간이랑 가족과 법원에 함께 가면서 부모님을 바라보는 부분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어요. 제 주변에는 애너벨의 가족이나 친구인 오언처럼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외로웠어요.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야하는 것 같아요. 내가 진실을 말하고 싶을 때,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제가 약해지면 제 주변은 더 약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계속 기운을 내야했는데, 평생 기운을 내기만 하니까 이제 좀 지치는 것 같아요.
"평생 엄마 아빠는 그렇게밖에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서로를 다독거리는 모습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한 사람이 약해지면 한 사람은 강해지는 식으로, 한 사람이 두려워하면 한 사람은 담대해지는 식으로. 나는 삶이든 사람이든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p.411)
👋 모임을 마치며
모임을 마치며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기로 약속했어요. 들어줄 준비가 된 사람들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
사라 데센 지음, 박수현 옮김 (바람의아이들)
북클럽 진행일 : 5월 9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진행 : 들불 운영자 구구
* 본 후기는 불씨들의 동의를 구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스포일러를 주의하세요!
지난 5월 9일,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를 읽은 일곱 명의 불씨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번 북클럽에서는 여러 불씨들이 애너벨과 자신의 경험을 겹쳐 읽으며 눈물을 보였고, 또 용기를 얻어갔는데요. 이번 후기 글에서는 책의 줄거리와 함께 불씨들의 감상을 짧게 덧붙여 보았습니다.
💁 이 책의 줄거리
이 책은 주인공인 애너벨이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 속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이로써 '진실된 나'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로는 애너벨과 오언, 애너벨의 두 언니 휘트니와 커스틴, 애너벨의 부모님과 오언의 동생인 롤리, 애너벨의 친구인 에밀리, 클라크, 소피와 소피의 연인이자 성폭행 가해자인 윌 캐쉬가 있습니다.
이 책에는 애너벨이 가족, 친구와 맺는 여러 관계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애너벨과 언니들은 어릴 때부터 모델 일을 해왔는데요. 이러한 배경 때문에 애너벨은 쉽게 주목 받는 일에 대해 자신감보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휘트니 언니는 애너벨과 커스틴 언니 사이에 끼인 둘째로서, 또 아름다운 모델로서 눈에 띄기 위해 굶기를 택해 거식증에 걸리게 됩니다. 애너벨은 자신보다 아름답고 자신감이 넘치는 두 언니와 자신을 비교하며 언제나 위축되어 있죠. 또, 애너벨과 클라크, 소피는 친한 친구 사이였지만, 애너벨이 윌 캐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둘 모두와 멀어졌습니다. 소피는 윌 캐쉬의 연인으로, 언제나 눈에 띄고 제멋대로인 친구인데요. 애너벨은 가족에게조차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기 어려워하는 성격으로, 소피에게 자주 휘둘렸습니다. 애너벨이 성폭행을 당한 직후에도 소피는 애너벨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애너벨과 윌 캐쉬와의 관계를 오해합니다.
한편, 애너벨이 자신의 진실된 목소리를 듣기까지 큰 힘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오언입니다. 오언과 애너벨은 음악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지는데요. 오언이 음악에 광적으로 몰두하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오언은 아래 층에서 비명이 들려올 때면 수돗물 소리, 테크노 음악 같은 난해한 음악들의 볼륨을 키웠죠. 오언에게는 소음보다 침묵이 더 괴롭고 힘든 것이었고, 이 때문에 '정적'을 미치도록 시끄럽다고 표현합니다.
오언은 음악에는 옳고 그른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오언에게 음악은 옳고 그른 것 사이의 모든 것이죠. 오언은 애너벨에게 음악을 들을 땐 그 어떤 것도 판단하지 말고 그냥 들으라고 말합니다. 마음은 음악을 듣고 난 다음에 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요. 자신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애너벨에게 이 말은 큰 도움이 돼요. 뿐만 아니라 책에는 오언이 음악에 가지는 여러 철학이 등장하는데요. 오언의 철학은 애너벨에게 두려움을 상기 시키기도 하지만,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합니다. 또, 음악을 대하는 오언의 철학 덕분에 애너벨이 비로소 속마음을 진실되게 꺼내 놓을 수 있게 되죠.
💟 불씨들의 이야기
Q.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 어떻게 읽으셨나요? 감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 애너벨이 하고 싶지 않은 모델 일을 엄마 때문에 지속하는 모습이나 보고 싶지 않은 TV 프로그램을 아빠의 권유에 마지못해 끝까지 함께 보는 일 등이 왠지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웠어요. 저도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이 너무 중요했던 사람이었고, 제 의견을 말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생각했었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이 정직해지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 정직해지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애너벨과 오언의 대화를 따라가며 깨닫게 되었어요. 나이가 먹어가면서 점점 더 비겁하고 용기가 없어지는 나는 어쩌면 매일 조금씩 나를 숨기며 살아가고 있구나 깨달았고요.
- 오언이 아침에 음악방송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창시절에 '윈엠프'로 했던 음악방송이 생각났어요. 그 때 제가 좋아하던 음악방송도 조금 난해한 음악을 틀어주곤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방송이 사라져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게 떠올라서 신기했네요. 오언이 음악의 유대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랑 오언과 애너벨이 음악을 통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 때의 감성이 떠올랐어요.
(사진 : 그 때 그 시절의 윈엠프 플레이어)
- 휘트니가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적은 짧은 글을 발표할 때 펑펑 울었어요. 애너벨은 언제나 휘트니 언니가 아름답다고, 그렇기 때문에 늘 자신과 휘트니 언니를 비교했지만 사실 휘트니도 마음 속으로 늘 애너벨과 커스틴 언니 사이에서 괴로웠다는 걸 알게 되어서.. 마음이 아렸어요. 특히 이 부분에서 눈물이 터졌네요.
'사이의 자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오언이 음악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유사하다고도 느꼈어요. 오언이 음악을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의 모든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 사이에 있다는 건 결국 모두를 연결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뜻하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어요.
- 저는 처음에 오언이 애너벨에게 '정직할 것'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조금 불편했어요. 그게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오언이 나중에 사과하긴 하지만, 애너벨에게 말 못할 사정(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는 걸 모르면서 다그치는 게 좀 불편하더라고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오언 덕분에 애너벨이 용기를 내서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힐 수 있었던 걸까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좀 복잡한 마음이 들었어요.
- 솔직하게 말한다는 건 결국 진짜 나를 내가 마주하는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진짜 제 모습, 좀 구리고 찌질한 제 모습을 마주하는 게 너무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를 숨기려고 다른 사람인 척 할 때도 있어요. 태연한 척, 괜찮은 척, 쿨한 척.. 그런 것들이 저를 갑옷처럼 감싸고 있어서 이제 진짜 내 모습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서 애너벨이 진짜 자기 목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 제 일처럼 기뻤어요.
Q.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하나씩 골라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 저는 애너벨이 처음으로 진실을 말하는 순간이 인상 깊었어요. 애너벨이 자기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우니까 '흥미롭다'고 에둘러 표현했는데, 오언이 '흥미롭다'는 단어가 아니고 대체어라고, 내 기분이 상할까 봐 염려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말해주는 장면이 너무 좋더라고요.
- 저는 애너벨과 오언이 세차장에서 음악을 들었던 장면이 좋았어요. 애너벨이 모든 음악은 세차장 기계를 통과하면서 들으면 더 낫다고 말할 때는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었는데, 쏟아지는 물소리와 음악 소리가 뒤섞이면서 문득 애너벨이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 느낀 것도 좋았고, 그리고 오언도 애너벨과 비슷하게 느낀 것 같아서 좋았어요. 같은 경험을 한 둘이 입을 맞추는 장면도 좋았고요. 애너벨은 그 때 정말로 시간이 멈추길 바랐던 것 같아요. 괴로운 순간들도, 망설이던 순간들도 다 잊고 그냥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사라져버리길 바랐던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 저는 애너벨이 마음껏 아파하며 엉엉 운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억눌러왔던 모든 게 폭발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은데.. 저도 책을 읽으면서 내심 애너벨의 태도가 답답했던 것 같아요. 갑자기 그 장면에서 애너벨한테 미안해지면서 저도 따라 울게 되더라고요.
- 저는 애너벨이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처음 알리는 순간이랑 가족과 법원에 함께 가면서 부모님을 바라보는 부분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어요. 제 주변에는 애너벨의 가족이나 친구인 오언처럼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외로웠어요.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야하는 것 같아요. 내가 진실을 말하고 싶을 때,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제가 약해지면 제 주변은 더 약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계속 기운을 내야했는데, 평생 기운을 내기만 하니까 이제 좀 지치는 것 같아요.
👋 모임을 마치며
모임을 마치며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기로 약속했어요. 들어줄 준비가 된 사람들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