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부모 중 한 분이 존경했던 현인 같은 분의 이름을 그대로 빌려와서 지어졌습니다. 한자로 풀었을 때 어떤 뜻을 가지는가 보다는, 제 이름의 유래가 누군가가 좋아하는 대상으로부터 출발 한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값을 가진달까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라고 말하는 이유가 반드시 ‘꽃'이 되기 위함은 아니기도 하니까요.
<더 셜리 클럽>은 ‘셜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 된 클럽 입니다. 비슷한 발음의 영어이름을 가진 ‘설희’는 이 클럽의 임시-명예-회원이 되어버렸어요. 그 안에는 초면인데도 팔을 벌려 꽉 안아주는 셜리가 있고, 투덜 거리는 호의를 보여주는 셜리도 있습니다. 이것은 셜리로 가득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나는 너무 작고 당신은 너무 큰 사람 같잖아요.”(p.74) 라는 셜리의 고백처럼, 크고 넓은 지구 속에서는 작은 사람일 뿐이기도 한 셜리의 이야기 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 것에 대한 답례로, 그리고 아마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는 게 조금은 지겨울 셜리를 위해, 저는 이번에도 몇 곡의 케이팝들을 선곡했습니다. 셜리는 이 노래들을 마음에 들어 할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살기 좋은 도시 X 볼빨간 사춘기 ‘seattle alone’
셜리가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온 멜버른은 축제의 도시이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살기 좋은 도시’로 묘사 됩니다. 그런데 살기 좋은 도시라는 곳 마저도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릴 때부터는 갈등, 실망, 그리고 기다림과 울렁거림의 공간이 되는 걸 막을 수가 없어요. 게다가 아무리 살기 좋더라도 타지는 타지이기 때문에 앓아누우면 몇 배나 더 서럽게 느껴지는 날들도 오게 마련입니다.
볼빨간 사춘기의 ‘seattle alone’은 마치 살기 좋은 도시라는 별칭이 붙은 곳에서 셜리가 보내는 여정을 축약해 놓은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노래 제목에 있는 ‘시애틀’의 자리에 ‘멜버른’을 넣어서 감상하면 더 정확해집니다. 소설 후반부의 “이 노래를 부를 때는 누구의 목소리나 보라색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p.216) 라는 바람을 담아, 셜리가 이 곡을 직접 부르고 녹음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아직 <더 셜리클럽>을 읽기 전이시라면 이 노래는 다 읽으신 후에 들어주시면 더욱 좋을 거예요!
셜리와 논셜리 X 아이유 ‘이 지금’
셜리 클럽 빅토리아 지부 임시 명예 회원인 우리의 셜리는 다른 셜리들로부터 리틀 셜리라고도 부릅니다. 그 지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에요. “안녕하세요, 셜리에요" 라고 인사하면 “어머, 나돈데.” 하는 인사가 돌아오기도 하는 곳에서요. 소설 초반부 배경이 되는 어느 스포츠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심지어 이렇게 묘사 됩니다. 그들은 셜리이거나, 그게 아니면 논셜리인 것으로요.
자신의 이름을 유난히 입에 자주 굴리는 뮤지션이 있어요. 본명에서 한 글자만 바꾸고 의미를 더해 스스로를 ‘이 지금'으로 부르고, 이 노래를 작사했고, 그걸 영문으로 타이핑한 dlwlrma이라는 SNS 계정을 사용하기도 하죠. ‘이 지금'은 아이유의 또 다른 이름이자, 그 이름을 입고나서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는 명예 조건이기도 해요. 또 다른 셜리들을 만나고, 논셜리들 사이에서 오롯한 셜리가 되기도 하는, 리틀셜리 그 자체인 곡 입니다.
믹스테이프 X 옥상달빛 ‘희한한 시대’
이 소설의 목차 표기방식(SIDE A, SIDE B 등)이나 지면 사이사이의 기호(재생, 일시정지 등)에 시선을 빼앗긴 분들이 계실 거에요. 이를테면 믹스테이프는 <더 셜리 클럽>을 담는 그릇 같은 건데, 89쪽에서는 믹스테이프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이 있어요. 이건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무수한 도구들 중 하나이지만, 시간이 많이 드는 도구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떠올라서 3분 14초 짜리 곡을 공테이프에 녹음하려면 정확히 3분 14초를 써야만 하니까요.
옥상달빛의 ‘희한한 시대'에는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 희한한 시대에서 열심히 사는구나” 라는 가사가 있어요. 어디에서 살고 있든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이 열심히 살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다르게 살 수도 있겠죠.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 한국에서의 셜리는 그런 방식으로 희한하게 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난 후 믹스테이프를 만들기 시작한 셜리는 그 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기 시작하는데요. 열심히 사는 것도, 달리 살기 시작하는 것도 모두 다 희한하게 느껴질 때 이 노래를 들어 보세요.
by ㅎㅇ
ㅎㅇ
뉴스레터 ㅎ_ㅇ의 발행인이자 케이팝 비둘기. 한 달에 한 권, 들불이 선정한 책과 k-pop을 연결합니다.
curator’s comment:
제 이름은 부모 중 한 분이 존경했던 현인 같은 분의 이름을 그대로 빌려와서 지어졌습니다. 한자로 풀었을 때 어떤 뜻을 가지는가 보다는, 제 이름의 유래가 누군가가 좋아하는 대상으로부터 출발 한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값을 가진달까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라고 말하는 이유가 반드시 ‘꽃'이 되기 위함은 아니기도 하니까요.
<더 셜리 클럽>은 ‘셜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 된 클럽 입니다. 비슷한 발음의 영어이름을 가진 ‘설희’는 이 클럽의 임시-명예-회원이 되어버렸어요. 그 안에는 초면인데도 팔을 벌려 꽉 안아주는 셜리가 있고, 투덜 거리는 호의를 보여주는 셜리도 있습니다. 이것은 셜리로 가득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나는 너무 작고 당신은 너무 큰 사람 같잖아요.”(p.74) 라는 셜리의 고백처럼, 크고 넓은 지구 속에서는 작은 사람일 뿐이기도 한 셜리의 이야기 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 것에 대한 답례로, 그리고 아마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는 게 조금은 지겨울 셜리를 위해, 저는 이번에도 몇 곡의 케이팝들을 선곡했습니다. 셜리는 이 노래들을 마음에 들어 할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셜리가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온 멜버른은 축제의 도시이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살기 좋은 도시’로 묘사 됩니다. 그런데 살기 좋은 도시라는 곳 마저도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릴 때부터는 갈등, 실망, 그리고 기다림과 울렁거림의 공간이 되는 걸 막을 수가 없어요. 게다가 아무리 살기 좋더라도 타지는 타지이기 때문에 앓아누우면 몇 배나 더 서럽게 느껴지는 날들도 오게 마련입니다.
볼빨간 사춘기의 ‘seattle alone’은 마치 살기 좋은 도시라는 별칭이 붙은 곳에서 셜리가 보내는 여정을 축약해 놓은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노래 제목에 있는 ‘시애틀’의 자리에 ‘멜버른’을 넣어서 감상하면 더 정확해집니다. 소설 후반부의 “이 노래를 부를 때는 누구의 목소리나 보라색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p.216) 라는 바람을 담아, 셜리가 이 곡을 직접 부르고 녹음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아직 <더 셜리클럽>을 읽기 전이시라면 이 노래는 다 읽으신 후에 들어주시면 더욱 좋을 거예요!
셜리 클럽 빅토리아 지부 임시 명예 회원인 우리의 셜리는 다른 셜리들로부터 리틀 셜리라고도 부릅니다. 그 지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에요. “안녕하세요, 셜리에요" 라고 인사하면 “어머, 나돈데.” 하는 인사가 돌아오기도 하는 곳에서요. 소설 초반부 배경이 되는 어느 스포츠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심지어 이렇게 묘사 됩니다. 그들은 셜리이거나, 그게 아니면 논셜리인 것으로요.
자신의 이름을 유난히 입에 자주 굴리는 뮤지션이 있어요. 본명에서 한 글자만 바꾸고 의미를 더해 스스로를 ‘이 지금'으로 부르고, 이 노래를 작사했고, 그걸 영문으로 타이핑한 dlwlrma이라는 SNS 계정을 사용하기도 하죠. ‘이 지금'은 아이유의 또 다른 이름이자, 그 이름을 입고나서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는 명예 조건이기도 해요. 또 다른 셜리들을 만나고, 논셜리들 사이에서 오롯한 셜리가 되기도 하는, 리틀셜리 그 자체인 곡 입니다.
이 소설의 목차 표기방식(SIDE A, SIDE B 등)이나 지면 사이사이의 기호(재생, 일시정지 등)에 시선을 빼앗긴 분들이 계실 거에요. 이를테면 믹스테이프는 <더 셜리 클럽>을 담는 그릇 같은 건데, 89쪽에서는 믹스테이프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이 있어요. 이건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무수한 도구들 중 하나이지만, 시간이 많이 드는 도구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떠올라서 3분 14초 짜리 곡을 공테이프에 녹음하려면 정확히 3분 14초를 써야만 하니까요.
옥상달빛의 ‘희한한 시대'에는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 희한한 시대에서 열심히 사는구나” 라는 가사가 있어요. 어디에서 살고 있든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이 열심히 살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다르게 살 수도 있겠죠.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 한국에서의 셜리는 그런 방식으로 희한하게 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난 후 믹스테이프를 만들기 시작한 셜리는 그 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기 시작하는데요. 열심히 사는 것도, 달리 살기 시작하는 것도 모두 다 희한하게 느껴질 때 이 노래를 들어 보세요.
by ㅎㅇ
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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