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누군가가 너를 닮은 누군가를 언젠가 만나는 상상을 한다. 다르다는 것, 잘 알지 못한다는 것 떄문에 그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영원히 등돌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어떤 시간들을 묶었다.” <작은마음동호회> 작가의 말 중 일부입니다. 이 말들은 때때로, 제가 누군가를 덜 미워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11편으로 꽉 채워져 있는 소설집 <작은마음동호회>에서 가장 앞 쪽에 수록 된 세 편(‘작은마음동호회’, ‘승혜와 미오', ‘마흔셋')과 함께 들으면 좋을 곡을 골랐습니다. 표제작을 포함해 세 편 모두 작은 마음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어요. 도대체 거길 왜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지,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역시 그래야 하는 거라고 기세 좋게 타이름을 받았습니다. 쓰는 사람 윤이형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고마움과 그리움을 담아 오늘의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작은마음동호회 X 오지은서영호 ‘울타리’
비슷한 생각을 하고, 에너지를 쓰는 방향이 같은 곳을 향해 있는 사람들끼리는 꼭 필요한 말만 나눌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안도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경희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지? 무엇이지? 김경희와 그의 곁에 있는 이들은 “자기검열을 하다 마음을 다친 채 새벽 두시에 책상 앞에서 맥주 캔을 따는 사람들”(p.11)이기 때문이죠. 이 소설의 첫문장은 “나는 마음이 작다" 인데요. 케이팝 앨범 중에도 <작은 마음>이라는 제목을 가진 앨범이 있어요.
오지은은 이 앨범을 “우주를 가득 채우기는커녕 한 줌 거리도 되지 않아 꺼낼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작고 하찮은 마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중, ‘울타리’는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치밀하게 스스로를 지킨다는 것, 동시에 체계적으로 우주를 나 아닌 다른 사람들로 채운다는 걸 보여주는 곡이에요. “울타리를 쳤죠. 아무도 오지 못하게 그리고, 당신을 들였죠. 당신도 모르는 새에 그리고, 당신은 가고 이 아픔은 내가 멋대로 느끼는 거야.”
승혜와 미오 X Lim Kim ‘Upgrader’
미오는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을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 때 보육교사가 되고 싶었고 지금은 베이비시터로 일하고 있는 승혜는 아이를 무척 좋아합니다. 승혜와 미오는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네가 싫어한다는 걸 확인하는 일상의 흔한 장면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음 문장은 승혜가 얼마나 입체적인 인물인지 보여주고 있어요. “세상에는 베이비시터 일을 할 만큼 아이를 좋아하는, 그러면서 별로 그러지 않을 것처럼 생긴, 레즈비언도 있는 법이었다.”(p.48) 물론, 승혜만큼이나 미오도 입체적인 인물이고, 승혜와 미오만큼이나 독자인 우리도 둘째 가라면 서럽게 복잡한 사람들이죠.
‘Upgrader’는 원래는 용기가 없는 편이었던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난 후, 나, 상대방, 그리고 내가 이전까지 몰랐던 모든 것들을 더 알고 싶어졌다고 고백하는 가사입니다. 스스로가 ‘Lover’이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사람 즉, ‘Upgrader’라는 거죠. 뻔한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도 충분히 진취적인 가사가 인상적인데요. 소설 속 승혜와 미오 중 한 사람이 이 곡을 듣고 임파워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흔셋 X 수민 ‘BEE’
이 소설의 제목 ‘마흔셋’은 성전환 수술을 한 동생 재윤을 둔 주인공의 현재 나이를 말하고 있습니다. 마흔셋 여자의 일상은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이지만 언제나 언니로 불려오던 그는 이제 누나로 불리게 됩니다. 어느 날, 누나가 재윤에게 함께 수영장에 가자고 합니다. 재윤으로서는 큰 수술 후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것 같은 자리로 초대되는 것인데요. 누나 역시 긴장 됩니다. 사람들이 내 동생을 아직도 여자로 보면 어떡하지, 하고요.
러닝타임 2분 33초의 노래 ‘BEE’ 내용은 딱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어요. “나는 벌에 쏘였고 물린 자리가 빨갛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노래를 수민의 목소리로 듣고 있으면, 나도 벌에 쏘인 것처럼 따끔거리고, 상처가 엄청나게 부풀어오르는 것 같고,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데 일단 너무 정신이 없고, 아직도 벌이 주변에서 윙윙 거리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마치, 재윤의 달라진 삶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어지러운 마음을 잘 드러내는 곡 같습니다.
by ㅎㅇ
ㅎㅇ
뉴스레터 ㅎ_ㅇ의 발행인이자 케이팝 비둘기. 한 달에 한 권, 들불이 선정한 책과 k-pop을 연결합니다.
Curator’s Comment:
“나를 닮은 누군가가 너를 닮은 누군가를 언젠가 만나는 상상을 한다. 다르다는 것, 잘 알지 못한다는 것 떄문에 그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영원히 등돌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어떤 시간들을 묶었다.” <작은마음동호회> 작가의 말 중 일부입니다. 이 말들은 때때로, 제가 누군가를 덜 미워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11편으로 꽉 채워져 있는 소설집 <작은마음동호회>에서 가장 앞 쪽에 수록 된 세 편(‘작은마음동호회’, ‘승혜와 미오', ‘마흔셋')과 함께 들으면 좋을 곡을 골랐습니다. 표제작을 포함해 세 편 모두 작은 마음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어요. 도대체 거길 왜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지,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역시 그래야 하는 거라고 기세 좋게 타이름을 받았습니다. 쓰는 사람 윤이형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고마움과 그리움을 담아 오늘의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에너지를 쓰는 방향이 같은 곳을 향해 있는 사람들끼리는 꼭 필요한 말만 나눌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안도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경희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지? 무엇이지? 김경희와 그의 곁에 있는 이들은 “자기검열을 하다 마음을 다친 채 새벽 두시에 책상 앞에서 맥주 캔을 따는 사람들”(p.11)이기 때문이죠. 이 소설의 첫문장은 “나는 마음이 작다" 인데요. 케이팝 앨범 중에도 <작은 마음>이라는 제목을 가진 앨범이 있어요.
오지은은 이 앨범을 “우주를 가득 채우기는커녕 한 줌 거리도 되지 않아 꺼낼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작고 하찮은 마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중, ‘울타리’는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치밀하게 스스로를 지킨다는 것, 동시에 체계적으로 우주를 나 아닌 다른 사람들로 채운다는 걸 보여주는 곡이에요. “울타리를 쳤죠. 아무도 오지 못하게 그리고, 당신을 들였죠. 당신도 모르는 새에 그리고, 당신은 가고 이 아픔은 내가 멋대로 느끼는 거야.”
미오는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을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 때 보육교사가 되고 싶었고 지금은 베이비시터로 일하고 있는 승혜는 아이를 무척 좋아합니다. 승혜와 미오는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네가 싫어한다는 걸 확인하는 일상의 흔한 장면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음 문장은 승혜가 얼마나 입체적인 인물인지 보여주고 있어요. “세상에는 베이비시터 일을 할 만큼 아이를 좋아하는, 그러면서 별로 그러지 않을 것처럼 생긴, 레즈비언도 있는 법이었다.”(p.48) 물론, 승혜만큼이나 미오도 입체적인 인물이고, 승혜와 미오만큼이나 독자인 우리도 둘째 가라면 서럽게 복잡한 사람들이죠.
‘Upgrader’는 원래는 용기가 없는 편이었던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난 후, 나, 상대방, 그리고 내가 이전까지 몰랐던 모든 것들을 더 알고 싶어졌다고 고백하는 가사입니다. 스스로가 ‘Lover’이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사람 즉, ‘Upgrader’라는 거죠. 뻔한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도 충분히 진취적인 가사가 인상적인데요. 소설 속 승혜와 미오 중 한 사람이 이 곡을 듣고 임파워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소설의 제목 ‘마흔셋’은 성전환 수술을 한 동생 재윤을 둔 주인공의 현재 나이를 말하고 있습니다. 마흔셋 여자의 일상은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이지만 언제나 언니로 불려오던 그는 이제 누나로 불리게 됩니다. 어느 날, 누나가 재윤에게 함께 수영장에 가자고 합니다. 재윤으로서는 큰 수술 후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것 같은 자리로 초대되는 것인데요. 누나 역시 긴장 됩니다. 사람들이 내 동생을 아직도 여자로 보면 어떡하지, 하고요.
러닝타임 2분 33초의 노래 ‘BEE’ 내용은 딱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어요. “나는 벌에 쏘였고 물린 자리가 빨갛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노래를 수민의 목소리로 듣고 있으면, 나도 벌에 쏘인 것처럼 따끔거리고, 상처가 엄청나게 부풀어오르는 것 같고,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데 일단 너무 정신이 없고, 아직도 벌이 주변에서 윙윙 거리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마치, 재윤의 달라진 삶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어지러운 마음을 잘 드러내는 곡 같습니다.
by ㅎㅇ
ㅎㅇ
뉴스레터 ㅎ_ㅇ의 발행인이자 케이팝 비둘기. 한 달에 한 권, 들불이 선정한 책과 k-pop을 연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