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의 팽이, <지붕 뚫고 하이킥>의 빗길 운전, <파리의 연인>의 시나리오까지‥‥. 어떤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에게 강력한 충격을 안겨주며 끝이 납니다. 대중문화는 그렇게 잊을만하면 한 번씩 우리를 강하게 단련시켜왔고, 반전이 섞인 역대급 결말들은 ‘호불호 투표'라는 별 쓸모없어보이는 이벤트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소설집 <두 번째 엔딩>에서는 원작에서 조연이었던 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등장하는 듯 합니다. ‘하는 듯 합니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건, 제가 이 소설집에 수록된 여덟 편의 원작을 한 편도 보지 않은 채로 이 책을 읽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 엔딩'을 잘 이해하기 위해 첫 번째 엔딩부터 살펴볼까 싶었지만, 그러려면 공평하게 8권이나 되는 원작 소설을 더 읽어야만 했고, 제게 주어진 시간은 어느덧 ‘믹스테이프 원고 마감’이라는 엔딩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손원평 작가가 쓴 <아몬드>의 두 번째 엔딩과, 구병모 작가가 쓴 <버드 스트라이크>의 두 번째 엔딩을 중심으로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했습니다. 그럼 즐겁게 읽고 들어주세요!
두 번째 엔딩 X the BLANK Shop ‘We are all Muse’ (feat. 백예린)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 어떤 분들은 완결 된 이야기의 엔딩을 다른 버전으로 다시 쓰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두 번째 엔딩>의 컨셉은 이렇습니다. 그 완결된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들 중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사람, 주인공의 선택에 개연성을 더해주던 조연 또는 엑스트라에게 더 집중해보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닫혀있는 책을 살짝 열어보니 빛이 쏟아져나오는 듯한 표지의 그림이 이 컨셉을 잘 보여주고 있고요.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프로듀싱한 앨범의 수록곡이자 백예린이 부른 ‘We are all Muse’의 공식 소개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모든 것에 반응하고 혹은 무반응하며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생산해냅니다. 다시 우리는 그것들을 보고, 듣고, 감각하며 누군가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영감을 주고받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모두가 서로서로의 거울‥‥” 편의상 주연, 조연, 엑스트라를 나누어두지만, 결국 모두가 서로를 뮤즈이거나, 뮤즈까지는 아니거나 정도로 인식하면서 살다보니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게 이 곡의 메시지입니다. 원작을 모르고 읽는 비하인드 이야기가 프론트 이야기가 되는 <두 번째 엔딩>의 컨셉에도 닿아있어요.
구병모 ‘초원조의 아이에게’ X Bronze ‘Birds Eye View (with amin, Jason Lee)’
“초원조가 뭔지, 이 인간들은 왜 날아다니는지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본편 <버드 스트라이크>를 찾아 주시면 고맙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난 후 책의 끄트머리에서 볼 수 있는 작가의 말입니다. 저 역시, 과수원에서 날아오르며 과실을 수확하는 것이나, 고원 지대의 혼인의 비행 같은 의식의 정체에 대해 알기 어렵고, 동시에 궁금해졌는데요. 이시아의 마지막 소원이 멀리 날아가 도시의 첨탑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고, 두 사람은 상공에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대화를 나눕니다. 이시아의 죽음 직전 비행은 신비하고 초월적으로 묘사가 되어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저는 이 장면 덕분에 이 소설집을 통틀어 본편을 읽고 싶다는 유혹을 가장 강력하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말을 그렇게 쓴 이유가 있더라고요.
브론즈의 ‘Birds Eye View’는 기분 좋은 시티팝입니다. 높은 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조감도'라는 의미를 가진 이 노래 제목처럼, 실제로 눈 앞에 있는 것만 보다보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생기게 마련인데요. 이 곡에는 파도, 모래, 고래 처럼 지상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단어들이 주로 등장하고 실제로 화자가 날아 올라서 무언가를 굽어 본다거나 하는 노랫말은 없어요. 그래서인지 제목과 가사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 정확히 동일하지 않은 이 알듯 말듯함이 ‘초원조의 아이에게'가 독자에게 전해주는 정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손원평 ‘상자 속의 남자’ X 트와이스 ‘BELIEVER’
실제로 상자 속에 있지는 않지만, 상자와 상자 사이 그 더미에 파묻혀 있는 택배 배달원의 이야기 입니다. 그는 선의에서 출발한 일이 반드시 원래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사람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아주 가까운 사람을 통해 지켜보았고, 그래서 좋게든 나쁘게든 어떠한 의도를 가지는 일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는 게 삶의 신조입니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폭이 좁아지고, 좁아지다보니 거의 나만의 상자 속에서 사는 것과 다름 없게 되었고요. 하지만, 결국 누군가를 구하는 일에 발을 들이게 되는데요. 혼자 구한 게 아니라 함께 구하면서 일시적인 동지와 비밀스런 미소를 주고 받으며 이 이야기는 엔딩을 맞습니다.
트와이스의 ‘BELIEVER’는 당신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면 내가 당신을 믿어주겠다고 말하는 곡입니다. 트와이스가 전에 선보인 ‘Cheer up’이 답답한 상대방이 뭐라도 행동을 하도록 타이르는 것과는 달리 이 곡은 “내가 사랑한 그 무모한 꿈과 환한 미소를 보여줘"라며 응원하고 위로하는 가사를 한 김 식히고 부르고 있어요. 그가 되도록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그 일시적인 동지가 이 노래처럼 ‘믿어주는 사람(believer)’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그런 사람이 곁에 없더라도, 상자 속의 남자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살리고, 도우면서 살게 되지 않을까요?
『두번째 엔딩』
지은이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출판사 창비
『우아한 거짓말』부터 『아몬드』 『페인트』 『유원』까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작품들의 뒷이야기를 엮은 소설집 『두 번째 엔딩』이 출간되었다.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완성도 높은 단편이 실렸다. 전작에서 주인공이 아니었던 인물들의 속내까지 따스하게 보듬으며 모든 삶이 조명받아 마땅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by ㅎㅇ
ㅎㅇ
뉴스레터 ㅎ_ㅇ의 발행인이자 케이팝 비둘기. 한 달에 한 권, 들불이 선정한 책과 k-pop을 연결합니다.
Curator’s Comment:
<인셉션>의 팽이, <지붕 뚫고 하이킥>의 빗길 운전, <파리의 연인>의 시나리오까지‥‥. 어떤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에게 강력한 충격을 안겨주며 끝이 납니다. 대중문화는 그렇게 잊을만하면 한 번씩 우리를 강하게 단련시켜왔고, 반전이 섞인 역대급 결말들은 ‘호불호 투표'라는 별 쓸모없어보이는 이벤트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소설집 <두 번째 엔딩>에서는 원작에서 조연이었던 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등장하는 듯 합니다. ‘하는 듯 합니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건, 제가 이 소설집에 수록된 여덟 편의 원작을 한 편도 보지 않은 채로 이 책을 읽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 엔딩'을 잘 이해하기 위해 첫 번째 엔딩부터 살펴볼까 싶었지만, 그러려면 공평하게 8권이나 되는 원작 소설을 더 읽어야만 했고, 제게 주어진 시간은 어느덧 ‘믹스테이프 원고 마감’이라는 엔딩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손원평 작가가 쓴 <아몬드>의 두 번째 엔딩과, 구병모 작가가 쓴 <버드 스트라이크>의 두 번째 엔딩을 중심으로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했습니다. 그럼 즐겁게 읽고 들어주세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 어떤 분들은 완결 된 이야기의 엔딩을 다른 버전으로 다시 쓰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두 번째 엔딩>의 컨셉은 이렇습니다. 그 완결된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들 중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사람, 주인공의 선택에 개연성을 더해주던 조연 또는 엑스트라에게 더 집중해보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닫혀있는 책을 살짝 열어보니 빛이 쏟아져나오는 듯한 표지의 그림이 이 컨셉을 잘 보여주고 있고요.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프로듀싱한 앨범의 수록곡이자 백예린이 부른 ‘We are all Muse’의 공식 소개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모든 것에 반응하고 혹은 무반응하며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생산해냅니다. 다시 우리는 그것들을 보고, 듣고, 감각하며 누군가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영감을 주고받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모두가 서로서로의 거울‥‥” 편의상 주연, 조연, 엑스트라를 나누어두지만, 결국 모두가 서로를 뮤즈이거나, 뮤즈까지는 아니거나 정도로 인식하면서 살다보니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게 이 곡의 메시지입니다. 원작을 모르고 읽는 비하인드 이야기가 프론트 이야기가 되는 <두 번째 엔딩>의 컨셉에도 닿아있어요.
“초원조가 뭔지, 이 인간들은 왜 날아다니는지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본편 <버드 스트라이크>를 찾아 주시면 고맙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난 후 책의 끄트머리에서 볼 수 있는 작가의 말입니다. 저 역시, 과수원에서 날아오르며 과실을 수확하는 것이나, 고원 지대의 혼인의 비행 같은 의식의 정체에 대해 알기 어렵고, 동시에 궁금해졌는데요. 이시아의 마지막 소원이 멀리 날아가 도시의 첨탑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고, 두 사람은 상공에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대화를 나눕니다. 이시아의 죽음 직전 비행은 신비하고 초월적으로 묘사가 되어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저는 이 장면 덕분에 이 소설집을 통틀어 본편을 읽고 싶다는 유혹을 가장 강력하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말을 그렇게 쓴 이유가 있더라고요.
브론즈의 ‘Birds Eye View’는 기분 좋은 시티팝입니다. 높은 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조감도'라는 의미를 가진 이 노래 제목처럼, 실제로 눈 앞에 있는 것만 보다보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생기게 마련인데요. 이 곡에는 파도, 모래, 고래 처럼 지상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단어들이 주로 등장하고 실제로 화자가 날아 올라서 무언가를 굽어 본다거나 하는 노랫말은 없어요. 그래서인지 제목과 가사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 정확히 동일하지 않은 이 알듯 말듯함이 ‘초원조의 아이에게'가 독자에게 전해주는 정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실제로 상자 속에 있지는 않지만, 상자와 상자 사이 그 더미에 파묻혀 있는 택배 배달원의 이야기 입니다. 그는 선의에서 출발한 일이 반드시 원래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사람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아주 가까운 사람을 통해 지켜보았고, 그래서 좋게든 나쁘게든 어떠한 의도를 가지는 일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는 게 삶의 신조입니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폭이 좁아지고, 좁아지다보니 거의 나만의 상자 속에서 사는 것과 다름 없게 되었고요. 하지만, 결국 누군가를 구하는 일에 발을 들이게 되는데요. 혼자 구한 게 아니라 함께 구하면서 일시적인 동지와 비밀스런 미소를 주고 받으며 이 이야기는 엔딩을 맞습니다.
트와이스의 ‘BELIEVER’는 당신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면 내가 당신을 믿어주겠다고 말하는 곡입니다. 트와이스가 전에 선보인 ‘Cheer up’이 답답한 상대방이 뭐라도 행동을 하도록 타이르는 것과는 달리 이 곡은 “내가 사랑한 그 무모한 꿈과 환한 미소를 보여줘"라며 응원하고 위로하는 가사를 한 김 식히고 부르고 있어요. 그가 되도록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그 일시적인 동지가 이 노래처럼 ‘믿어주는 사람(believer)’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그런 사람이 곁에 없더라도, 상자 속의 남자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살리고, 도우면서 살게 되지 않을까요?
지은이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출판사 창비
『우아한 거짓말』부터 『아몬드』 『페인트』 『유원』까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작품들의 뒷이야기를 엮은 소설집 『두 번째 엔딩』이 출간되었다.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완성도 높은 단편이 실렸다. 전작에서 주인공이 아니었던 인물들의 속내까지 따스하게 보듬으며 모든 삶이 조명받아 마땅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by ㅎㅇ
ㅎㅇ
뉴스레터 ㅎ_ㅇ의 발행인이자 케이팝 비둘기. 한 달에 한 권, 들불이 선정한 책과 k-pop을 연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