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xtape 들불 vol.1 아내들의 학교



행복의 과학 X 여자친구 ‘바람의 노래'


   일본의 저명한 작가 기노시타 류의 한국어판 저서 <류의 이야기: 행복의 과학>를 출간하는 담당편집자가 수영으로부터 하나에게 넘어 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하나가 수영보다 일본어에 훨씬 서투른 데도 말이죠. 이 단편은 직장사와 가족사가 기묘하게 엮여져 있습니다. 누군가가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꺼내어놓는 결정적인 순간에 너의 그것은 망상이라며 주저없이 표현하는 두 사람의 신경전은 꽤나 팽팽합니다.

   여자친구의 ‘바람의 노래’는 “설명할 수 없던 우리의 거리마저 이젠 0이 되고 있어”라는 1절 가사가 “우린 점점 1이 되고 있어”라는 2절 가사로 이동하는 과정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결국 출판사 속의 두 사람은 거리감을 좁히고, 하나가 되듯, 공동의 목표인 예비 베스트셀러의 출간을 이루어 낼테니까요. 또한, ‘행복의 과학’이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책 제목은 이 곡의 어쩐지 신나는 딥하우스 장르를 닮기도 했습니다.



청순한 마음 X 화사 Kidding


   재떨이로 쓰던 화분에 습기가 차서 허연 버섯들이 자라난 걸 ‘너’가 목격하는 이 단편의 마무리는 텁텁한 인상을 전해줍니다. 제목과는 달리 조금도 청순하지 않죠. ‘너’는 언젠가 그 화분에서 식물이 싹을 틔우는 걸 보며 뿌듯해한 적도 있었는데요. 씨앗에서 자라는 강낭콩, 재와 습기에서 자라는 버섯. 둘 다 다른 시간에 같은 곳에서 자라난 적이 있습니다. 끝으로 “그것과 이것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너의 머릿속을 스친다”(p.181)는 문장이 이어집니다.

   화사의 ‘Kidding’은 가벼운 기타 반주로 시작되어 20초만에 비극적인 분위기로 반전 되는 곡입니다. 이 반전의 순간은 소설 속의 ‘너’가 다른 식물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습기를 머금은 버섯이 자라난 걸 갑자기 발견해버린 순간과도 닮았습니다. 그리고 화분을 향해 이렇게 반복해서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are you kidding me?”(장난해?) 



아내들의 학교 X (여자) 아이들 ‘싫다고 말해'


   동성혼이 합법화 된 시대는 유토피아 일까요? 질문은 거창하고, 답변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중학교 입학 첫 날부터 알아 온 선과 설해는 이제 동성혼이 합법화 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단 하나의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애인도 될 수 있었”지만 그런 “그들이 탐도 내지 않는 관계”(p.227)가 있는데요. 그러나 결국 그 관계의 망으로도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버립니다. 장신의 신체조건에, 선천적으로 붉은 머릿결을 가지고 있는 선은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 관계를 이용하려 하고, 설해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저 ‘단 하나의 친구이자 애인’으로도 충분했더라고 생각합니다.

   (여자) 아이들의 ‘싫다고 말해’는 두 사람이 함께 그렸던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여전히 유토피아 같은 세계를 붙들고 싶은 마음을 담은 곡인데요. 실은 ‘좋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설해의 마음을 변호해주는 듯 합니다.



by ㅎㅇ




ㅎㅇ

뉴스레터 ㅎ_ㅇ의 발행인이자 케이팝 비둘기. 한 달에 한 권, 들불이 선정한 책과 k-pop을 연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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